퍼거슨은 도처에 있습니다

미조리주 샌트루이스 인근에 있는 작은 도시 퍼거슨(Ferguson)이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18세된 흑인 젊은이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 지난 8월 9일, 26세의 백인 경찰 다렌 윌슨(Darren Wilson)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격노한 흑인들이 10여일 간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일부는 화염병을 던지며 방화 약탈까지 하는 위기 사태를 야기시켰습니다.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까지 동원되고,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이 현지를 방문하고 흑인들을 만났습니다.

시위대들의 요구 핵심은 총격을 가한 경찰을 재판에 회부하라는 것입니다. “노 저스티스, 노 피스(No Justice, No Peace)”, “정의없이는 평화가 없다”는 것이 시위대들의 구호입니다. 현재 대배심(Grand Jury)이 개입해서 총을 쏜 경찰관을 기소할 것인지를 심의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은 대단히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퍼거슨처럼 백인들이 정부와 사법 기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퍼거슨은 흑인이 65%를 차지하는 흑인 타운이지만, 시장을 비롯한 시정부 관리가 대부분 백인이고, 경찰도 거의가 백인들입니다. 재판권을 쥐고 있는 카운티 검찰도 백인이 지배하기 때문에 기소가 쉽지않습니다.

총을 쏜 경찰이 기소된다고 해도 재판이 인종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배심원이 인종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재판권을 가진 퍼거슨 카운티는 백인이 다수기 때문에 배심원 대부분이 백인들이 될 것이고, 증거가 확실치 않는한 백인 배심원들이 백인 경찰에게 유죄 평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할 것입니다. 현재 경찰 측 증인과 흑인 측 증인의 사건 진술이 서로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찰이 잘못했어도 재판에서 항상 유리한 것은 정당 방위를 위해 총을 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법은 경찰이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 자기 방어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에게 벌을 주려면 정당 방위가 아니라 과도하게 살의 의도를 가지고 살해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폭발성이 많은 것이 인종 화약고입니다. 퍼거슨 사건도 인종 갈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건이 심각하게 비화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사건이 발생한 뒤 퍼거슨 경찰이나 카운티 검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진압을 미숙하게 한데 원인이 있습니다. 백인 경찰과 백인 검찰의 태도와 일처리 방법이 투명성을 잃고, 객관적이고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초기에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규모나 성격에 맞지않게 장갑차를 앞세우고 경찰을 군대적으로 무장시키고, 최루탄을 남발하는 과잉진압을 했습니다. 경찰의 군사화와 과잉진압은 군중 심리를 더욱 격앙시키고 도발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흑인들이 총을 쏜 경찰의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국장은 계속 거부해 왔고, 압력에 못이겨 신원을 밝히면서 경찰은 마이클 브라운이 총을 맞기 전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를 강탈한 것을 녹화한 감시 카메라 화면을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는 담배 탈취 비디오 녹화를 공개한 것은 마이클 브라운의 이미지를 범죄자로 만들려는 의도로 비쳐졌고, 이것은 감정이 격앙된 흑인들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흑인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미조리 주지사는 치안 담당을 퍼거슨 경찰에서 흑인이 지휘하는 카운티 경찰로 대체시켰습니다.

검찰이 마이클 브라운의 부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미루어 온 것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했습니다. 경찰을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경찰 편이라는 것이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카운티 검사 밥 맥컬로크(Bob McCulloch)는 전 가족이 경찰에 관계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는 흑인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흑인들은 맥컬로크 검사가 이해 상충의 입장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적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법집행을 많이 했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건을 맡는 것을 자진해서 포기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나 맥컬로크 검사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권을 지방 정부에서 연방 정부로 옮겨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되어 ‘민권법(Civil Rights)’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때입니다.

카운티 검찰의 늑장과 불투명으로 인해 마이클 브라운 가족은 독자적인 부검을 의뢰했고, 이와 별도로 연방 정부도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가족의 의뢰로 부검을 했던 전문가는 흑인 청년이 경찰로 부터 6발의 총탄을 앞에서 맞았고, 두개골을 명중한 마지막 총탄이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검 결과는 경찰이 흑인 젊은이를 처형 스타일로 죽였다는 혐의를 불러 일으켜 흑인들을 더욱 격앙케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폭발은 이러한 가까운 요인보다는 오랫동안 축적된 흑인 커뮤니티와 백인 경찰의 갈등에 있습니다. 평소에 백인 경찰이 흑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거칠고 부당하고 차별적이었다는 것이 흑인들의 주장입니다. 백인 경찰들이 흑인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고 동물적으로 취급했고, 가혹 행위가 만연했다는 것입니다. 백인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축적되어 왔고, 마이클 브라운 사건은 거기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백인 경찰을 옹호하는 측은 경찰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위임받은 공권력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책임은 경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흑인에게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흑인들을 인종적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흑인들이 경찰에 저항하고 거칠게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맞서면서 경찰관을 위한 모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을 흑백으로 선택하기는 힘들지만 저는 흑인들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우리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백인 경찰의 차별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경험합니다. 흑인들, 특히 흑인 남성들의 경험은 훨씬 더 차별적이고 노골적입니다. 많은 경찰들은 시민을 지켜주는 공복의 모습 보다는 위압적이고 강압적입니다. 부당하게 차별 의식을 느낄 때 저항감과 반감이 커집니다. 누구라도 흑인 남성이 되어 차별과 부당함을 경험할 때 그 저항감과 분노가 심화될 것입니다.

흑인들에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차별의 역사가 있고, 그 차별의 후유증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로 인해 사회적 적응에서 낙오되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낙오자가 집단화되면서 흑인 동네는 갈수록 슬럼화되고, 살인과 범죄는 심각한 사회적 국가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범죄가 많아지면서 경찰의 불심 검문이 증가되고, 표적 단속이 많아지면서 백인 경찰과의 마찰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찰권 남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표적 단속은 플로리다에서 발생했던 트레이반 마틴 사건처럼 17세의 평범한 흑인 고등학생을 범죄자로 의심해서 죽음으로까지 만드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흑인들에게 경찰은 보호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흑인들의 고뇌와 좌절은 더욱 심각합니다. 범죄가 만연한 흑인 동네에서 범죄에 휩쓸리지 않고 바르게 성장해야 하고, 흑인 갱으로 부터 생명의 위협을 피해야하는 열악한 환경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환경과 싸우는 젊은이들이 경찰로 부터는 범죄자로 취급받아 부당하게 차별 받을 때 이들의 분노와 좌절은 깊어지고, 경찰에 대한 적개심은 커질 것입니다.

퍼거슨 사건은 인종의 문제인 동시에 계층의 문제가 함께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웰페어 수혜자가 많아지고, 저소득층이 두터워지는 빈곤 지대가 되면서 범죄가 많아지고, 편견과 차별이 커지고, 갈등과 대결이 심화됩니다. 그럴수록 흑인들의 저항과 도발은 거칠어지고, 계층과 인종 간 단절의 골은 깊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흑인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입니다. 미국이 함께 동반 하락을 하는 것입니다.

퍼거슨 사건은 퍼거슨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별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미국 곳곳에 퍼거슨이 있고, 계기와 잇슈가 있으면 언제든지 발화할 수 있습니다. 퍼거슨 사건은 미국이 짊어져야할 숙명의 짐이고, 풀어야 할 시대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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