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미아'가 한국 통일에 주는 교훈

크라이미아(크림) 합병과 유크라인(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 통일을 논의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라이미아 반도가 한반도 분단의 선을 만들었던 비극의 회담장소였다는 역사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이번 크라이미아 사태는 한국 통일을 조망하는데 깊이 천착해야 할 현실적 교훈입니다.

미국의 ‘애치슨 선언’(Acheson Declaration)이 김일성의 전쟁 도발 오판에 일조를 했고, 한반도 분단의 씨앗이 강대국 이데올로기 야심과 이해 관계에 의해 비롯되었기에 한반도 통일은 강대국의 계산과 야심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강대국들의 계산 방법과 심중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유크라인 사태를 누구보다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일 것입니다. 중국은 유엔 표결에서 기권을 했습니다. 상당수 한국인들은 북한이 붕괴해서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도둑처럼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너무 도취적이고 자의적인 단순 도식입니다. 통일을 긴 안목으로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설사 김정은 정권이 무너져도 통일은 달아나 버릴 것입니다.

중국이 가만있지를 않을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격의 수준이나 이념, 정치 의식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러시아 제국’의 환상이나 ‘중화 대국’을 꿈꾸는 패권의식도 비슷합니다. 중국은 이미 1951년, 한국 전쟁으로 세계가 정신이 없을 때 독립국가 티베트를 침공해서 삼켜버린 과거가 있습니다. 6.25 전쟁 때는,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중공군을 인해전술로 투입해서 한반도 분단을 고착시켰던 북한의 혈맹 종주국입니다.

북한 정권이 혼란해지고 붕괴되면 중국은 군대를 파병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예상해야 합니다. 이번 유크라인 사태에서 러시아가 크라이미아를 점령한 명분은 러시아로 도망간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크라이미아 자치정부의 파병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북한 내 권력 다툼이 일어나거나 사회가 혼란해 질 가능성이 크고 북한 난민이 대량 중국으로 갈 것입니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습니다. 북한 권력 야심가 중에 중국에 군대 파병을 요청하는 사람은 있어도, 권력을 싸들고 남한에다 넘겨줄 북한 권력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북한 국민들이 크라이미아처럼 국민투표를 해도 중국 지지가 단연 압도할 것입니다.

유크라인 국민들은 러시아에 등을 기대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쫓아 내고 유럽과 손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러시아의 계산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하루 아침에 크라이미아 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 자칫하면 나라가 둘로 분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푸틴이 유크라인을 유럽 공동체 진영으로 넘어가게 할 수 없는 것은 유크라인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제관계에 있고 러시아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크라인이 서구화되면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완충지대가 없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국경선에 서구 자유민주주의가 접경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바로 이점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국경선에 미국과 가까운 한국의 민주정부가 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중국은 민주화를 하면 체제가 흔들리고 소련처럼 될 수가 있습니다. 중국은 결코 민주주의를 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되어 미국의 정치 문화가 국경선에 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한국인들은 가장 호감도가 높은 나라로 중국을 꼽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남한식 통일을 묵인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것은 중국의 계산을 과소 평가하는 환상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습니다.

수년 전 중국의 일부 학자들이 동북공정이라는 학설을 통해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였고, 한반도 한강까지가 중국 영토였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기우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은 중국의 속심을 반영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점령하는데 필요할 경우 이런 궤변도 정당화 시킬 것입니다.

러시아의 푸틴도 크라이미아를 합병하고 해묵은 견강부회의 역사 교과서를 읊었습니다. 푸틴은 크라이미아가 원래 소련 영토였기 때문에 다시 찾아간 것이라고 말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징키스칸 후예들이 국가 건설을 하기도 했던 크라이미아는 열강의 전쟁을 통해 러시아 제국에 속했다가,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자 독립 전쟁을 했으나 소련 공산군에 패배하고 소련 연방에 강제로 편입 되었습니다. 1954년 유크라인 출생의 후르시초프 소련 서기장 시대에 크라이미아를 유크라인에 넘겨 준 것을 이번에 푸틴이 다시 빼앗아 간 것입니다.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 있지만 미국 정치는 북한이 무너진다고 해서 미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보내는 것을 쉽게 용인치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 통일을 위해 전쟁 부담을 피하려 할 것입니다. 전쟁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할 것입니다. 지금보다 군사 개입이 훨씬 용이했던 6.25 당시만해도, 맥아더 장군은 한반도 통일을 원했지만, 트루만 대통령은 중공을 염려해서 분단의 현실을 원했습니다. 중공군이 개입했을 때 맥아더 장군은 중공 폭격을 원했지만, 트루만은 더 큰 전쟁을 원치 않았고, 맥아더를 해임시켰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큰 소리치던 부시나 체니같은 강경 매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종이 호랑이가 됐습니다.

러시아가 유크라인 영토 크라이미아를 합병해도 미국이나 유럽은 푸틴 측근 사람들의 여행 제한과 재산 동결이라는 궁색한 제재 조치만 취했습니다. 러시아가 다시 유크라인을 점령해서 분단시켜도 미국이나 유럽은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입할 능력도 의사도 없습니다.

트루만이 중공의 눈치를 봤던 것처럼, 오바마는 러시아의 성숙한 절제력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 가스 공급 라인 30%를 쥐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국가이자 경제 시장입니다.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한국이 군대를 보내서 북한을 접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전쟁이 날 수 있고, 자칫하면 북한이 다시 쪼개져서 중국 점령군과 남한 접수 지역으로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남한의 종북 좌파들은 북한 핵이 민족의 핵이라고 철없는 이념의 앵무새가 되고 있지만, 북한 핵의 가공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크라이미아를 합병시킨 것처럼 백두산 일대를 중국 땅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설마 중국이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가 설마 크라이미아를 점령해서 합병하고, 유크라인을 분할시키겠느냐고 러시아를 믿어 줬고, 믿어 주려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국가 문제에서 ‘설마’ 의식은 독약입니다. 잠깐 사이에 당할 수가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는 대국이 됐어도 정치 의식은 아직 정글 시대입니다.

한국은 치밀하고 현실적인 통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것은 기적이지만, 이 기적 뒤에는 독일의 원대한 통일 준비와 통일 비용과 통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서독 국민들의 원숙한 국민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소련이 흔들리지 않고 동독에 대한 장악력이 유지되었고, 인접 국가들의 용인이 없었으면 독일 통일은 쉽지가 않았을 것입니다.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되면 한국 통일은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북한 동포들이 자유민주주의 의식에 눈떠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통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 동포들은 남한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이 변하고, 남한이 준비하고, 강대국들 계산이 맞지 않으면 통일은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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