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2016(17)

트럼프 “대통령 당선”

11월 8일 대통령 선거는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최근 선거사에서 이처럼 질이 떨어지고 거친 경쟁을 치르고 이렇게 역전의 정치 드라마를 연출한 적이 없습니다. 유리 천장을 깨고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뉴욕의 화려한 유리 천장 건물에서 대대적인 승리 파티를 하며 불꽃놀이 축제를 계획했던 힐러리 진영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허탈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리 천장 건물 위로 뉴욕의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불꽃놀이 환호는 잔인한 패배의 침묵으로 변했습니다.

누구보다도 민망해하면서 표정 관리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나와서 선거를 논하고 결과를 예측하던 언론인들과 논객들이었습니다. 너무나 단정적으로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했던 논객들은 허탈하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정치에 대 지진을 일으킨 선거 결과에 경악하는 것은 그 동안의 여론조사로는 트럼프가 이길 수 없는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자질 면에서도 침착하고 균형 잡힌 태도로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꼽힌 힐러리와 비교하면 트럼프는 길길이 뛰는 야생마로 도저히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광대였고, 세 번의 토론에서도 힐러리는 정연한 논리로 트럼프를 압도했고, 경험에서도 힐러리는 국사를 논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추었으나 트럼프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만 했던 부동산 재벌이었습니다.

인종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장애인 기자 흉내를 내고, 막말과 험한 욕을 공개적으로 하고, 못마땅한 여성을 돼지같은 여자라고 공격했던 트럼프가 여자 가슴을 더듬고 깊은 곳을 만지는 말을 했던 12년 전 농담 녹음이 폭로되고, 열 명이 넘는 여자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선언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길은 끝난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부도덕하고 광대적인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되게 했고,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를 꺾을 수 있었고, 어떻게 여론조사가 이렇게 틀릴 수가 있을까, 하는 뒷북치는 요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빗나간 것은 “숨은 백인들” – 이른바 “침묵하는 다수”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여론 조사를 거부했거나 솔직한 의중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속마음을 밝히지 않은 것은 트럼프 지지자라고 하면 모욕적인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종주의자, 반 유태주의자, 여성 차별자, 성범죄자 등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난을 미디어로부터 듣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자신이 그것을 용납하거나 동조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들” – 중산층 백인 남성들이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들은 대놓고 트럼프를 지지할 뿐 아니라 그 지지도가 열광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못 배운 사람들, 블루 칼러 노동자들”이라고 분류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표면에 부상한 백인들만 파악하고 물 밑에 숨은 백인들의 숫자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숨은 백인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갔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중산층 백인 여성들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외 지역에 사는 백인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힐러리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탈표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힐러리 숫자보다 10% 정도 적었습니다. 그리고 라티노 표가 집단으로 힐러리 쪽에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히스패닉의 30%가 트럼프를 찍은 것도 뜻밖의 숫자였습니다. 아시안의 트럼프 지지도가 29%로 예상보다 높은 것도 예측과 달랐습니다.

흑인들만 92%의 몰표로 힐러리를 지지했지만 지난 선거에서 오바마를 뽑을 때만큼 열성적으로 투표하지 않은 것도 힐러리 표를 감소시켰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예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젊은 표의 상당수가 3당을 지지했거나 투표를 하지 않은 것도 힐러리에게 타격이었습니다.

숨은 백인 표가 대거 투표장으로 가서 트럼프를 찍고, 버니 샌더스 젊은 표가 투표장으로 가지 않고 힐러리를 외면한 것은 오늘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분노의 표출이었습니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숫자가 70%에 이르고 이들 분노의 표적은 워싱턴 정치권입니다. 이들에게 힐러리 클린턴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득권 정치의 상징입니다. 힐러리는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후 40년간 정치로 살아오면서 클린턴이라는 정치 가문을 이루고 남편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에 도전했습니다. 워싱턴 정치에서만 20년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지도자가 되었지만, 수없이 많은 스캔들 속에서 때 묻은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차별받는 사람의 대변자로 자처하지만, 그들이 시간당 10달러도 안 되는 최저 임금으로 허덕일 때 힐러리는 1시간도 못 되는 연설에 수십만 달러의 연설료를 받고 빌 클린턴은 모로코 왕을 잠깐 만나 주고 생일 선물로 2천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았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거액의 연설료를 주고, 중동 국가들이 빌 클린턴에게 수천만 달러를 기부하는 것은 사실상 합법적인 위장 뇌물입니다.

힐러리와 빌 클린턴의 이러한 부패와 욕심의 정치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위키릭스(Wikileaks) 폭로를 통해 꼬리를 물고 나타나면서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정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부패와 비밀을 숨기기 위해 의도였다는 비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축적되면서 많은 사람에게 힐러리는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자질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인정받으면서도 힐러리는 청소의 대상이었고 분노의 표적이었습니다. 65%에 달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트럼프가 광대같고 자질이 부족하지만 이번 기회에 워싱턴 정치판을 뒤엎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기 어렵다는 조급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치판을 뒤엎으려면 상식적이고 무난한 지도자로는 가능치 않고 트럼프처럼 유별난 사람이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는 역설 심리도 작용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은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가 다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일으켜 줄 것을 기대하고, 1천2백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고 더 이상 불법체류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밀입국자를 막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슬렘 피난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ISIS 위협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위협이 미국을 불안케 하는 마당에 모슬렘 피난을 더 많이 받아주려는 민주당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합니다.

불법 체류자 급증과 모슬렘 이민 증가는 바닥난 국고의 적자 예산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국의 문화와 의식과 정치 역학을 바꾼다는 위기 심리가 백인들 마음에 있습니다. 이것을 백인 우월주의나 인종차별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의 건국 정신이 도전받고 미국의 의식문화가 추락하는 시각으로 보면 이러한 우려를 인종주의나 백인주의로만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신앙심이 깊고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그들의 신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트럼프에게 81%라는 압도적 지지를 준 것은 동성애 문화의 고삐가 풀리고 LGBT(레스비안, 게이, 양성애, 성전환자) 권리가 가세하면서 가정이 흔들리고 신앙의 자유가 도전받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급류를 막을 수 있는 최후 교두보가 대법원이고 보수적인 법조인을 대법원 판사로 임명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국제 정치에서도 ISIS 대책, 이란핵 재협상 문제, 해외 주둔 미군 문제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고, 나토(NAT0),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기대와 약속을 모두 실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상원 하원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는 정치적 행운을 얻은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시키는 일에서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이 추진해 온 정책 방향을 바꾸려 할 것이고 미국은 거대한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전례없이 양극화가 심했던 선거전으로 분열의 상처가 깊어진 미국을 화합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약속한 정책을 추진하는 일과 분열을 아물리는 일은 충돌할 것이고, 워싱턴 정치판을 뒤엎으라는 지지자들의 주문과 워싱턴 정치인들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현실은 서로 상충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어느 때보다도 무겁고 힘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