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무너지고 있는가

 

8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을 돈으로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랑 신부의 친구는 젊고 세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손님 값이 더 비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친척까지 매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놀란 것은 대기업 노조원들이 자녀들에게 직장 대물림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자동차 노조의 경우 연봉이 평균 7천만원에서 1억에 가까운데도 더 많은 돈을 달라 파업을 하고 노조 직장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기려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어느 정도의 체면과 치장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혼식 하객을 돈으로 사는 것은 삶의 가치가 도착된 인간 허위와 허세의 희극입니다. 가난했던 시절 청계천 봉제 일터의 비인간적 착취에 항의해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의 희생으로 비장한 불꽃을 불붙게 한 노조 운동이 자기 자녀에게 직장을 세습시키려는 노조로 변질되면 노조의 본질은 허물어진 것입니다. 

한민족의 우수한 기질은 살아남는데 남다른 감각을 가졌고 억척같이 부지런하게 일하는 성취의식은 세계의 선진 대열에 우뚝 서게 했고, 아무리 독재가 철퇴 같아도 그것을 꺾고 일어서는 불굴의 저항정신은 장렬한 민주주의 꽃을 피우게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경제 번영과 자유와 민주의 성취를 스스로 흔들고 있습니다. 

역사가 발전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안일해지는 문화를 계속 채찍질하면서 늘 새롭고 창의적이어야 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청사진과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처럼 무서운 속도로 첨단화하고 질주하는 경쟁의 시대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선두주자가 공룡으로 변합니다. 이 절박한 시기에 한국의 가치관이 변태적으로 추락하고 파당주의 싸움이 그치지 않고 공론과 공론이 사회를 분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을 잠시 방문하고 느낀 것은 불안의 그림자가 한국인들 가슴을 짓누르고 어쩌면 한국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공포의식이 상당수 한국인들 가슴에 고개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출이 중국에 밀리고, 경제가 힘들어지고, 청년 실업자가 범람하고, 서민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지고, 노후 대책이 불안하고 미래가 밝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숫자로는 한국이 선진 10위권이고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할 만큼 한국 교육이 세계적이라고 하지만, 삶의 질은 척박해지고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깊어지고 교육은 인성이 실종되고 주식시장처럼 전락해 가고 있습니다. 성공과 성취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기보다는 배아파하는 의식이 만연해질 때 그 사회가 이루는 물질의 번영과 자유의 제도는 그 사회를 더욱 일그러지게 만들고 교육이 시장터가 되면 인재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영악한 이기주의자가 됩니다. 결혼식 하객을 돈으로 사고 자동차 노조원이 자식에게 직장을 대물림하려는 의식과 가치관으로는 한국이 번영과 융성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병든 의식이 소수가 아니라 도처에 독버섯처럼 솟아날 때 입에 거품을 물고 핏발 선 눈으로 외치는 사회 정의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파당정치와 썩은 정치를 한탄하지만 이러한 개탄이 정치에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종교가 그렇고, 언론, 학계, 법조계가 여기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영혼과 정신과 법을 역설하고 시대를 질책하지만, 이들의 인격과 인성이 입과 글로 나오는 그들의 말과 명분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문회에 세운 장관과 고위관리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호통을 치지만, 소리치는 그 당사자는 더 썩고, 언론과 국민이 그들을 꾸짖지만, 언론과 국민 역시 부패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고위 공직자보다 덜 썩은 것은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사는 시대 의식과 문화가 오염되면 거기에 오염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정신과 의식의 공기가 오염되고 문화의 물이 오염되는데 그 공기와 물에서 자유스러워질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거기서 오염되지 않으려면 삶을 초탈한 경지가 되든지 낙오자의 길을 택해야 합니다. 공직자 청문회에서 먼지를 터는데 먼지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시대 상황의 귀결입니다. 

한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 가슴에 스며드는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가 무서운 실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저력이 한국을 하루아침에 이류 삼류로 전락시키지는 않겠지만, 불안의 골이 깊습니다. 인간이 사는 데 중요한 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미래를 낙관하는 긍정, 낙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내일에 대한 꿈입니다. 지금 한국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위 보통 사람 친구들 가운데 결혼 안 한 자녀들이 많았습니다. 결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말이 더욱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습니다. 번듯한 직장이나 집이 없으면 배우자를 찾기 힘든 사회, 힘들게 직장을 얻어도 쉰 살이 넘으면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 사회 구조에서 너그럽고 넉넉한 인간 마음이 발붙이고 살기 힘듭니다. 

사회 도처가 균형을 잃어가고 자유와 민주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고 있습니다. 끝없는 탐욕과 방종이 멈출 줄 모르고 한국 사회를 분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유나 민주도 지나치면 모자람 만큼 못해지는 과유불급의 현상을 가져옵니다. 자유와 민주를 과식해서 이기적인 자유, 님비(Not In My Backyard)적 자유로 전락시키고 노조를 편식해서 노조가 비만아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깊어지면 자유와 민주의 기둥이 흔들리고 경제의 축이 무너지는 불행을 가져옵니다. 

개인주의가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되고, 신념이 독선이 되어 공동체를 파괴하고, 권위와 권위주의의 분별력을 잃으면서 공권력의 권위가 흔들리고 나라의 구심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의견이 같으면 극단적이고 광적으로 흐르는 획일성의 집단문화가 이성을 섬뜩하게 하면서도, 생각이 다르면 이견을 토론하고 수렴하지 못하고 천 사람 만 사람이 자기 주장만을 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분열문화가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은퇴한 제 가까운 친구는 한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해야 하는 시대로 가는지 모른다고 탄식했습니다. 각자도생은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것으로 기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인간의 끈이 끊어지고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공동체 의식이 허물어지면 사회는 계속 쪼개지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싸움터가 되고 인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열정과 열망이 식어 듭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애국과 애정이 소멸됩니다. 의식 문화의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사회와 나라의 기둥이 무너지면 함께 공멸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야 합니다. 가진 사람은 가진 자의 위세와 횡포를 반성하면서 나누며 겸손해지고, 없는 사람은 남과 비교하면서 불평하지 않고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을 긍정하고 절제와 절약의 가치관을 고무시켜야 합니다. 물질과 권력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풍토가 바뀌어 져야 합니다. 

생각이 바르고 마음이 착해야 한다는 말이 쑥스럽게 들리는 풍토에 변화가 와야 합니다. 생각이 바르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 도태되지 않는 의식 문화의 풍토를 진작시켜야 합니다. 마음을 열어 들을 줄 알게 하고, 썩은 의식을 씻어내고, 분수를 지키면서 절약하고, 영악한 이기주의를 절제시키는 정신과 의식의 문화혁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개인의 성공도 나라의 번영도 정신과 문화가 지배합니다. 정치도 의식과 문화의 산물입니다. 의식의 틀과 문화의 틀을 바꾸어야 정치가 변하고 나라가 변합니다. 이 변화를 혁명적으로 해야 합니다. 정치가 못하고 지도자들이 못하니 시민이 나서야 합니다. 

종교, 이념, 지역, 계층, 나이, 학벌을 초월하고, 흠이 없어서가 아니라 함께 오염된 흠을 인정하고 통회하면서, 오로지 공동체의 미래와 후세들의 내일만을 생각하면서,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시민들이 일어서야 합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스스로의 혼을 일깨우고 시대의 영혼을 불러오는 시민혁명의 횃불을 들어야 합니다. 시민이 일어서서 역사의 물길을 바꾸는 대각성운동이 일어나야 한국의 희망이 웅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신명이 나면 불길 속도 뛰어드는 감동적 가슴과 결기가 오르면 절벽을 뚫는 불굴의 의지가 있습니다. 지금 이 신명과 결기의 에너지가 부정적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가슴이 불붙게 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이상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순수와 이상의 열망과 열정 없이 불붙는 역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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