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언론상 수상 소감


올해 2월께 한국의 5.18 기념 재단 관계자들이 시카고를 방문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1980년 광주 항쟁 당시 시카고에서 신문 보도가 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때 제작된 신문 자료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시 시카고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광주 항쟁 당시의 한국일보 시카고 판의 신문을 보관하고 있어서 보여 주었습니다.

신문을 본 5.18 관계자들은 그 보도 내용이 무척 뜻밖이라면서 신문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신문이 금년도 광주 항쟁을 기념해서 전시된 후 큰 반응을 받았다면서 광주 항쟁을 기억하는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5.18 재단은 5.18 언론상 심사위원회에 저를 추천해서 심사위원회가 저를 언론상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통보하고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8월 24일 광주에서 거행된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5.18 언론상 공로상을 받은 뒤 연설한 수상 소감입니다. 여기에 저 자신의 역사의 한 부분과 함께 코리안 아메리칸 이민 역사의 한 부분이 있기에 연설문을 수록합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 공항에 내릴 때만 해도 잔잔했던 마음이 광주가 가까워 지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슴에 36년 전, 1980년 5월의 광주가 밀려 왔습니다. 광주 항쟁이 일어났을 때 저는 한국일보 외신부 기자로 시카고에 파견되어 한국일보 시카고 지방판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시카고 지방판은 동포들의 소식과 미국 뉴스를 주로 보도하는 로컬 판이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분노한 함성의 파도가 미국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숨 가쁘게 보도되면서 미국에 사는 동포들의 가슴에도 작은 물결이 일었습니다. 이 장엄한 역사의 함성을, 그러나, 한국에서 제작된 신문은 보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인간 양심의 또 다른 좌절이었고 기자에겐 분노였습니다. 저는, 비록 미국 시카고의 한 모퉁이에서 작은 목소리지만, 이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었고, 역사가 불의 속에서 격랑할 때 함께 항해하지는 못하지만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인간 도리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목말라하는 사람들과 다짐하는 역사를 향한 호소였습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정의를 믿는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붙잡는 자기 확인이었습니다. 이 일로 저는 신문사를 떠났고 흑인과 히스패닉 동네에서 옷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자에서 운동가가 되었습니다. 기자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조국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다는 위로와 치유가 있었습니다. 비록 탄압으로부터 안전지대였지만, 거기에는 이민의 땅에서 고달프게 살면서도 조국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정의로운 조국을 목말라하는 동포들의 갈증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아픔을 씻어가고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 성지, 시대의 선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때 망월동으로 간 열 한 살 소년의 영혼은 흙 속에서 쉰이 다 되었고, 서른 다섯의 청년이었던 저는 미국에서 일흔 살이 넘었습니다.

36년의 세월이 흘러서 받는 이 상이 저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국을 떠난 이민자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5.18은 제 인생의 길을 바꾸는 운명의 선택을 하게 했고, 미국 시민이 되는 선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영령들 앞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 상은 정신의 고향을 잃고 방황했던 저에게, 새로운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에 한 줄기 빛을 주는 것 같습니다.

조국을 위한 이민자의 기도를 기억해 주신 것에 머리 숙이면서, 조국의 민주주의를 염원했고 정의로운 조국이 되기를 갈망했던 동포들을 대신해서, 저의 선택으로 생소하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아내와 함께,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기다림의 삶을 살다 가신 어머니와 함께 이 상을 받겠습니다. 5.18은 미주 한인 이민 역사에 긍지를 심어주는 정신적 유산이 될 것입니다. 5.18 정신은 정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의 길에 영감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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