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2016(14)

전당대회 결산 보고서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와 민주당 전당대회는 분위기도 서로 달랐고 미국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고 조망하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민주당 보다 일주일 먼저 오하이오주 클리블런드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는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대통령 후보자 경쟁자였던 막내 아들 부시, 존 맥케인, 미트 롬니 전 대통령 후보가 모두 참석지 않고, 밥 돌 전 대통령 후보만이 참석해서 간신히 체면치례를 했으나 트럼프와 대통령 경선을 했고 공화당 전당대회를 주관하는 오하이오 주의 존 케이식 주지사가 참석지 않아서 분위기를 어색게 하고 트럼프의 김을 뺐습니다.
반 트럼프 세력은 예상보다 미미했고 큰 말썽없이 넘어갔으나 테드 크루즈의 연설이 예상치 못했던 일격을 가해 분위기를 훔쳐갔습니다. 트럼프의 가장 큰 경쟁자였던 테드 크르주는 트럼프를 위한 지지 연설 대신에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찬물을 끼얹었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하고 야유를 하고, 트럼프 반대자들은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전당대회 연설에서 대통령 후보 경쟁자가 지지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전례가 드문 일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시선을 크게 끈 것은 트럼프의 아들 딸들의 출연이었습니다. 트럼프 자녀들은 매일같이 번갈아 가며 아버지를 위한 연설을 했고, 마지막 날 트럼프 연설 직전에는 딸 이반카가 아버지를 소개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자녀들의 연설은 호평을 받았고, 성격이 괴팍하고 인격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가 아이들은 잘 키웠다는 평가를 받아 트럼프 자녀들이 트럼프의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기준으로는 차분하고 절제있는 태도로 연설을 했으나 평소에 소리지르는 것 같은 그의 연설 톤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호소력은 없었지만 대통령 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연기를 했습니다.
트럼프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보다는 미국의 전반적인 문제를 신랄하게 진단하고 특히 테러와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법과 질서를 역설하는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텔리프롬터를 통한 긴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장 난 미국을 고칠 수 있는 지도자는 자기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당대회 대의원들은 열렬히 호응했으나 전당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어딘가 허전하고 어색한 열광이었습니다. 차분하지만 분노한 트럼프의 목소리와 어둡고 쇠락하는 미국에 대한 진단은 그가 표적하고 호소하는 유권자가 누구인지를 말해주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는 버지니아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 팀 캐인 (Tim Kaine)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미조리대학과 하버드 법대를 나오고 남미에서 천주교 선교사로 활동해 스패니시를 유창하게 하는 팀 케인은 오랫동안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리치몬드 시장,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뒤 현재 연방 상원의원으로 있습니다.

진보성향의 정치인으로 연설은 잘하는 편이 못되지만 성실하고 인간 관계가 원만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라이커블 가이 (likable guy)”-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힐러리가 팀 케인을 런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힐러리에게 약한 호감도를 보완하고, 특히 스패니시가 유창해 히스패닉 표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스 샌더스 지지자들은 팀 케인의 진보 색깔이 충분한 진보가 못 된다고 실망을 표시했습니다.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공화당 전당 대회와는 달리 지명도가 높은 명망가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부통령, 대통령 부인 미셀 오바마, 힐러리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무소속으로 대통령 출마설이 나돌았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나와서 지지 연설을 했습니다. 남편 클린턴은 힐러리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의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클린턴 사람들과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던 오바마 대통령과 미셀 오바마의 연설은 힐러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공화당 대회보다 열기가 뜨거웠으나 예상치 않았던 복병 출현으로 큰 소동을 겪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바로 직전에 위키릭스 (Wikileaks)에서 발표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내용이 축제 분위기에 재를 뿌렸습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컴퓨터가 해킹을 당해 그 내용이 위키릭스를 통해 유출된 것입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대통령 후보 예선에서 힐러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은밀하게 공작을 했고, 버니 샌더스는 유태인으로 무신론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내용이 흘러 나오면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격앙해서 한때 전당 대회장이 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이로 인해 와서만 슐츠 (Wasserman Schultz) 전국위원회 의장이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버니 샌더스의 힐러리 지지 연설로 소동이 진압된 후 초점은 누가 민주당 컴퓨터를 해킹했느냐로 옮겨갔습니다. 위키릭스에서는 제공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기고만장해진 트럼프가 곧이어 러시아는 힐러리가 지워버린 이메일을 해킹한 것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말해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풍자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어수선해진 민주당 전당대회 분위기를 일신 시킨 것이 키즈르 칸 (Khizr Khan) 연설이었습니다. 아들을 이락 전쟁에서 잃은 파키스탄 이민자인 키즈르 칸은 힐러리 클린턴이 지명 수락 연설을 하기 바로 직전 가장 황금 시간에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히잡을 쓴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키스탄 엑센트가 있는 묵중한 목소리로 키즈르 칸은 “도널드 트럼프, 제가 묻건대 당신은 미국 헌법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면서 주머니에서 미국 헌법이 담긴 포켓북을 꺼내 들고 “제가 이 카피를 기꺼이 빌려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해 전당 대회장은 함성과 열광으로 들끓었습니다. “당신은 알링턴 국립 묘지를 가 본적이 있습니까? 거기 가서 미국을 지키다 죽은 용감한 애국자들의 묘지를 보십시오. 당신은 거기서 모든 신앙과 성별과 인종을 보실 것입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희생한 것이 없습니다.” 이 연설은 열광의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키즈르 칸은 트럼프가 모슬렘 이민을 잠정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것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비판을 참지 못하는 트럼프의 반격이 파장을 더욱 크게했습니다. 키즈르 칸을 비판하면서 연설 당시 옆에 서 있었던 부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이슬람 종교에서 부인이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해 트럼프는 스스로 기름을 끼얹고 논란의 불길 속에 뛰어 들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고 공화당 지도부도 공개 비판을 하고 트럼프의 최측근 사람들까지 너무 나갔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키즈르 칸의 아들 후마연 칸 (Humayun Khan)은 미군 대위로 이락전에서 전사한 뒤 골드 스타 (Gold Star) 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아들 딸의 부모, 특히 금성 무공훈장 수여자의 부모를 모욕하고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의식입니다.

키즈르 칸은 힐러리 연설을 위해 최고의 분위기 카펫을 깔았습니다. 분위기가 극적으로 고조된 상황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딸 첼시의 소개로 등단했습니다. 대형 성조기의 진청색 부분을 배경 화면으로 흰 옷을 입고 나온 힐러리의 모습은 힐러리가 안고 있는 최대 걸림돌인 정직성과 신뢰성 부족을 불식시키기 위해 순수와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힐러리는 연설을 잘했지만 감동을 주는 연설은 아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었고 트럼프가 자기만이 해결사라고 말한 것을 비판하고 미국은 함께 건설해 가는 것이라고 단합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을 어둡고 비관적으로 진단하고 분노한 어조로 분노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힐러리는 미국을 밝고 희망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시민들을 포용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트럼프 지지도가 4%가량 상승해 힐러리와 동률을 이루었다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트럼프 지지도는 다시 3% 안팍으로 하락하고 힐러리 지지도가 4% 폭으로 올라가 힐러리가 트럼프를 7%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이 불붙었으나 브라질 올림픽으로 잠시 열도가 낮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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