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2016(12)

절벽에서 살아난 힐러리

7월 6일은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꿈이 절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냐를 가늠한 날이었습니다. 힐러리는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추락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제임스 코미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힐러리의 “기소를 권고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소를 권고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힐러리는 “극도로 부주의(extremely careless)”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코미 국장이 힐러리의 기소를 권고하는 결정을 했다면 힐러리는 국가 기밀을 잘못 다룬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고,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교체해야 하는 위기를 맞을 뻔 했습니다. 힐러리와 힐러리 사람들은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그 동안 힐러리와 민주당은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고 힐러리가 실수를 했으나 법을 어긴 것은 없다고 태연해 하면서 이메일 문제를 일소에 붙였지만, 내심으로는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코미 FBI 국장의 불기소 권고 결정은 힐러리에게 법적인 족쇄를 풀어 주었지만 정치적인 짐을 더욱 무겁게 얹어 주었습니다. 힐러리의 가장 큰 약점인 정직성과 신뢰성에 더욱 큰 치명타를 가했고, 판단력과 자질 문제를 거론케 했습니다.
공화당 출신의 폴 라이언 국회의장은 대통령 후보에게 정보기관이 기밀 사항을 브리핑하는 관례에서 힐러리를 제외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기밀을 “극도로 부주의하게” 다룬 힐러리는 국가 기밀에 접근할 능력이나 판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힐러리는 그동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동안 국가 기밀 문서는 없었다고 말해 왔습니다. 이 메일 내용이 나중에 국가 기밀로 재분류된 것은 있어도 이메일 당시에 기밀로 분류된 것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FBI 국장은 힐러리의 이메일 가운데 110가 기밀 문서였고 이 중에는 1급 국가 기밀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미 국장은 힐러리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누구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개인 이메일에서 국가 기밀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보안 장치가 되지 않은 개인 이메일을 통해 기밀 문서를 통신한 것은 커다란 우려를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FBI 국장은 또 힐러리가 개인 이메일 서버를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설치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민감한 분쟁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도 이메일이 오갔다고 말하고 이러한 이메일이 적대적인 그룹에 의해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벌떼처럼 몰리는 기자들 질문을 일체 받지않고 일방적인 성명만을 발표한 코미 FBI 국장의 발표는 그 내용이 준열하다고 할 만큼 강한 톤으로 힐러리를 꾸짖듯 말하고 훈계조로 지적했습니다. 힐러리 사람들은 FBI 국장이 자기 영역보다 과도하게 힐러리를 비판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기소를 권고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만으로 감지덕지해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나 공화당 사람들은 코미 국장이 힐러리의 기소를 권고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불만이 강하나 힐러리가 “극도로 부주의하게” 기밀 문서를 다루었다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FBI 국장이 힐러리의 기소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국가 기밀 내용을 100개가 넘게, 특히 이메일 내용을 해킹 당할 위험도가 높은 적대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개인 이메일을 교신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상식적으로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국가 기밀을 소홀하게 다룬 혐의로 기소되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FBI 국장은 힐러리가 고의로 잘못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소 권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으로 CIA 국장을 지낸 명망 높았던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장군이 국가 기밀에 관한 내용을 자서전을 집필하는 여자 친구에게 이메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기밀 취급 태만죄로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힐러리가 이메일을 제출하면서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지워버린 것에 대한 행위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삭제한 이메일의 일부가 복원 되었으나 대부분은 복원되질 못했습니다. 삭제되었다가 복원된 개인적인 이메일 가운데 공적인 내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워버린 수만 개의 이메일이 모두 개인적인 내용이었을까 하는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힐러리가 공적인 이메일을 사적인 이메일로 간주해 지워버린 것은 증거 인멸에 해당할 수 있고, 이메일 서버가 여러 개였던 것은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므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다는 설명과 달리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다는 의심을 받는 것입니다.

힐러리가 잘못했지만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힐러리에게 특별 대우를 한 것이기도 합니다. FBI 발표는 힐러리를 따라다닌 특권의식, 불투명성의 이미지를 가중시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돌출 행위로 이러한 이미지에 타격을 이미 입었습니다.

FBI 국장 발표가 있기 며칠 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을 전격적으로 만나 정치적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FBI 국장의 직속 상관으로 힐러리 이메일 조사의 총책임자인 린치 법무 장관이 아리조나 피닉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전 약속없이 린치 법무 장관을 찾아서 30분간 담소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힐러리의 반대자들은 정치적 호재에 환호하고 지지자들은 빌 클린턴의 악수에 아연실색했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바보 같은 실수를 똑똑한 빌 클린턴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일 때 여기에 관계된 사람들이 수사 당국이나 재판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해 상충으로 금기 사항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런 금기 사항을 어떻게 대통령까지 지내고 정치적 판단력이 출중한 클린턴이 몰랐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는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치 생명이 걸린 이메일 수사의 주무 장관을 조사 대상자의 남편이 만난 것은 실수치고는 너무 어이없는 일입니다. 린치 법무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나서 이메일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하지 않았고 주로 골프와 손자 손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면서 클린턴을 만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30분간 골프와 손자 손녀 이야기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클런턴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법무 장관을 만났을까 하는 억측이 꼬리를 물면서 빌 클런턴 전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은 지나고 보니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빌 클린턴이 이메일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법무장관을 만났다고 말하는 것은 비약이 될 수 있으나 클린턴이 아무 의도와 목적이 없이 법무장관을 불시에 방문했다는 것도 수긍키 어려운 설명입니다.

특별한 의도나 동기가 없이 이런 실수를 했다면 그 심리적 바닥에서 특권의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데 하는 특권의식이 빌 클린턴으로 하여금 이런 분별력없는 실수를 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늘 비밀주의와 특권의식의 그림자가 따라다니고 거짓말과 부패성의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클린턴 부부에게 빌 클린턴의 소동은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했고 “극도로 부주의한” 힐러리의 이메일은 이러한 그늘을 더욱 짙게 했습니다.

코미 FBI 국장의 조사 종결 발표가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메일 문제는 이미 힐러리에게 타격을 줄 만큼 줬기 때문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이번 발표로 힐러리의 약점이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FBI 국장 발표가 있기 전 힐러리는 트럼프를 5%에서 7% 앞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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