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2016(11)

트럼프의 변신 "대통령처럼”

메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전후로 해서 예선이 시작되고 1년 뒤 메모리얼 데이를 전후로 해서 본선이 시작됩니다. 작년 봄에 시작된 선거전은 몇달 전만 해도 본선이 7월 전당대회 이후로 메루어질 것 처럼 보였으나 전통대로 메모리얼 데이를 기점으로 본선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본선 첫 라운드는 트럼프가 처지고 힐러리가 약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 바로 직전에 트럼프와 힐러리의 전국 지지율은 거의 동률이었으나 최근 2주 사이에 힐러리가 트럼프를 7% 가량 앞서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트럼프의 가장 큰 악재는 트럼프 유니버시티의 사기 재판 담당 판사인 곤잘로 쿠리엘 (Gonzalo Curiel)을 멕시칸이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메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인종 배경을 거론하는 것은 인종주의자로 공격받는 충분한 빌메가 되는 것으로 트럼프는 민주당과 언론으로 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고, 공화당 내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인종주의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인 마크 커크는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6월 12일 올랜도 학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2세인 오마 마틴이 올랜도 LGBT 나이트 클럽에서 자동 소총을 난사해서 49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전에 대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는 범인이 모슬렘이라는 것에, 힐러리는 범인이 사용한 자동 소총에 초첨을 맞추었습니다. 트럼프는, 모슬렘은 테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민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던 내 말이 맞지 않았느냐, 하면서 다시 모슬렘 이민 금지 이슈를 들고 나왔고, 힐러리는 범인은 요주의 인물 명단에 있었던 사람으로, 테러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인물에게 자동 소총을 판매한 총기법에 문제가 있으니 총기 구입 규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러리 사람들은 범인이 모슬렘이라기 보다는 LGBT(레스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혐오하는 증오범죄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LGBT 지지를 염두에 두었고, 트럼프는 모슬렘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발생했는데도 힐러리는 오바마와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라는 말을 사용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LGBT를 학살한 범인이 모슬렘이고, 모슬렘은 LGBT를 혐오하기 때문에 LGBT는 자기 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랜도 학살 범인이 모슬렘인 것은 모슬렘 이민 금지를 선언한 트럼프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많은 백인들은 인종 문제에 두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속 마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모슬렘 이민 금지를 찬성하면 인종주의자로 지탄을 받기 때문에 모슬렘 이민 금지에 찬성하면서도 찬성한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화당 의원들과 지도부 사람들이 모슬렘 이민 금지 이슈를 다시 거론한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은 비판을 하지않으면 비판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명분이 워낙 분명하기 때문에 이 명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공화당 출신의 국회의장인 폴 라이언은 정색을 하면서 만약 트럼프가 인종 발언을 절제하고 수정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시사까지 했습니다.

멕시칸계와 모슬렘계를 계속 비판하는 트럼프를 계속 방치할 경우 공화당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살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메국 사회에서 최대의 폭발성을 가진 인종 문제에 잘못 끼어들면 공중 분해되기 때문에 공화당에 큰 돈을 기부하는 돈줄도 끊어진 상태입니다.
선거 자금의 큰 손들이 트럼프의 행보를 주시하면서 돈 주머니를 풀지않고 있어서 트럼프의 선거 자금이 바닥이 난 상태입니다. 현재 수중에 1백30만 달러를 가지고 있어서 힐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4천2백만 달러와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자신이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하나라고 자랑하면서 트럼프는 선거 자금을 자급 자족할 의향을 비치기도 했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이질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 본부에 힐러리 진영은 700여명이 포진하고 있는데 트럼프는60여명이 일하고 있고, 힐러리는 70여명의 홍보 전문가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서너명의 홍보 요원을 데리고 홍보 책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의 일인 연기에 의존하고 있고, 격전지에서 발로 뛰는 선거요원도 힐러리 진영은 개메 군단으로 동원되고 있으나 트럼프 측은 아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선에서는 트럼프의 개인 연기가 주효했으나 본선에서는 조직과 돈이 가동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는 공화당 조직과 자금 지원을 받아야 선거를 치룰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공화당은 도와주지 않으려면 입을 다물고 있어라, 당신들 도움이 없어도 내가 선거를 잘 치룰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면서 공화당과 줄다리기를 벌이던 트럼프는 마침내 공화당과 타협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6월 20일 선거대책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해임시켰습니다.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선거 위원장 코리 루안도스키(Corey Lewandowski)는 트럼프의 전략가이자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던 경호원이었습니다. 무모할 만큼 저돌적 공격적이고 분열적인 전략가로 치밀성과 완벽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루안도스키는 몇달 전 트럼프에게 집요한 질문 공세를 펴며 따라온 여기자를 밀쳤다는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메디어로 부터 총공세를 받기도 했습니다. 루안도스키를 해임하라는 빗발치는 압력과 비판을 무시하고 계속 곁에 두었던 선대위원장을 갑자기 해임시킨 것은 트럼프가 상황의 절박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임 직전까지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던 루안도스키는 해임 통보를 받은 뒤 컴퓨터에는 손도 못대고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자신이 왜 해임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그에게는 충격적인 해임이었으나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대책 위원장이 경질된 것은 트럼프의 딸과 아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루안도스키를 높게 평가하고 이제 본선은 공화당과 협조를 해야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채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거대책위원장을 경질한 것은 트럼프로서는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힐러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선거 자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더 이상 공화당과 대결 상태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단합과 협조를 모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변신은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연설 자막이 쓰여진 프롬프터(prompter)를 사용하면서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하라는 공화당의 조언을 무시하며서 광대처럼 천방지축 만담 연설을 했던 트럼프는 선거대책위원장을 경질한 이틀 뒤 힐러리를 비판하는 연설에서 프롬프터를 사용하면서 차분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대통령처럼 보이게 행동하라는 압력에 굴복한 것입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습니다. 공화당 사람들은 그동안 트럼프 지지 문제를 놓고 심리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할 수 밖에 없어서 지시를 해야겠는데 체면이 필요했습니다. 트럼프가 인종 문제에 대한 발언을 삼가하고, 프롬프터를 사용해서 언어를 절제하라고 말해도 우이독경처럼 흘러버리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적극적인 지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지지할 수 있도록 제발 당신 스타일을 좀 고치라는 공화당 사람들의 압력에 트럼프가 타협을 한 것은 대통령 선거전에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는 것을 뜻합니다.

본선 초반전은 힐러리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트럼프의 변신이 지속적일지, 초반전의 열세를 만회시키고 트럼프의 경쟁력과 지지도를 얼마나 끌어 올릴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연속적으로 악수를 둔 초반전에서 주목받는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는 지지도가 격감했으나 오하이오 주와 펜실벤니아 주에서는 사실상 동률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서 트럼프의 저력이 아직 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는 앞으로 4개월 반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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