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2016(10)

첫 여성 대통령 후보 힐러리

힐러리 클린턴이 마침내 “사실상의 대통령 후보(presumptive)”가 되었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역사적 고동을 울렸습니다.

8년 전 오바마에게 패배한 분루의 눈물을 씻고 다시 일어선 힐러리는 6월 7일 실행된 마지막 대회전에서 샌더스를 누르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이제 공화당의 트럼프와 11월 선거에서 최종 결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힐러리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는 언론의 공론은 이미 2개월 전이었습니다. 3월 말에 있었던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주에서 힐러리가 승리했을 때 계산상으로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샌더스는 그 후 무서운 공세로 힐러리를 압박하고 추격해 왔습니다. 자칫하면 힐러리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힐러리 사람들로부터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샌더스의 폭발력은 엄청났습니다.

마지막 최대 결전장이 된 캘리포니아 예선에 이목이 쏠릴 만큼 샌더스의 역풍은 거셌습니다. 힐러리가 캘리포니아 예선에서 56%를 얻어 샌더스의 허리를 꺾었음에도 샌더스는 아직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승복을 거부하고 7월 25일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까지 가겠다고 말하고 사회정의, 경제정의, 인종정의, 환경정의를 위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샌더스가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가겠다는 것은 힐러리가 표를 더 많이 얻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과반수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2,383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선거를 통해 얻은 힐러리의 공식 대의원 수는 2,184명, 샌더스는 1,804명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대의원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특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플레지드 델리게이트(pledged delegate)”와 구속력이 없이 누구에게나 표를 던질 수 있는 “언플레지드 델리게이트(unpledged delegate)”가 있습니다. 흔히 “수퍼 델리게이트(super delegate)”로 불리는 이들 “언플레지드 델리게이트”는 상하원 의원, 주지사를 비롯한 민주당의 지도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체 대의원의 15%에 달하는 715명입니다. 현재까지 이들 수퍼 대의원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571명이 힐러리를, 48명이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고, 나머지는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힐러리가 후보가 된 것은 이들 수퍼 델리게이트의 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샌더스는 이 점을 계속 문제 삼고 있습니다. 수퍼 델리게이트를 기득권 세력의 부산물이라 비판하고 이들은 예선이 있기 전에 힐러리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자기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선에서 나온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표를 던지기 전에는 아직 공식적인 지지표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샌더스의 또 다른 주장은 모든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를 가장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힐러리가 아니라 자기라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힐러리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힐러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단합을 과시하고 승리를 고무시키는 전당대회 선거 축제가 대결과 논쟁의 수라장이 될 수 있습니다. 샌더스가 끝까지 “정치 혁명”의 개혁을 투쟁하겠다는 것은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지지를 선언하기 전에 민주당의 선거 공약과 정책 내용에 샌더스 정책을 구체적으로 반영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샌더스는 원래 민주당 소속이 아니고 무소속입니다. 미국 의회의 유일한 민주 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대통령 경쟁을 하기 위해 무소속이지만 민주당의 말을 탄 것입니다. 샌더스가 처음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을 때 3% 미만의 지지도를 얻는 무명의 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이었고 적수가 없었던 힐러리는 민주당 후보로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쟁자가 없는 것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힐러리는 구색 맞춤용으로 샌더스의 출마를 반겼습니다.

그러나 샌더스 바람이 불고 바람은 태풍이 되어 힐러리를 흔들었습니다. 힐러리를 휘청거리게 한 것은 오랫동안 힐러리를 따라다니는 고정관념이었습니다. 능력이 있고 똑똑한데 신뢰성이 없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이미지였습니다. “호감이 안 가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힐러리를 가장 괴롭히는 대중의 인식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거리감이 있고, 교만해 보이고,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힐러리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대조되는 샌더스를 만나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런 노력이 가식적이고 꾸민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는 부패와 비밀, 특권 의식, 엘리트 의식이었습니다. 이 그림자는 남편 클린턴이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부터 따라다녔고, 그동안 이 문제로 클린턴 부부는 많은 시달림을 받았습니다. 엘리트 의식은 상당 부분 극복되었으나 부패와 비밀의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히 힐러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샌더스가 힐러리를 가장 상징적으로 압박한 것이 힐러리는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이고 여기에 부패와 담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샌더스는 힐러리가 시간당 15불의 최저 임금을 반대하면서 힐러리 자신은 월스트리트 연설에서 시간당 30 만불을 받았다고 신랄하게 공격했습니다. 샌더스 자신은 수백만 시민으로부터 평균 27불의 선거 기금으로 선거운동을 했지만 힐러리는 큰 부자들로부터 뭉텅이 돈을 받았다고 공격했습니다.

부패의 이미지는 클린턴 재단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는 트럼프와의 본선에서 논쟁점으로 부각될 것이 확실합니다. 지구촌 문제 해결을 돕기위해 설립한 클린턴 재단이 수억불의 모금을 하면서 중동의 검은 돈, 부도덕한 돈이 많이 유입되고, 이 돈의 일부가 클린턴 가족의 호화 생활에 사용되고, 일부는 사업에 투자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나 힐러리의 호감도와 거짓말, 부패 문제가 공화당의 트럼프를 만나면서 상당히 상쇄되었습니다. 호감도는 트럼프가 힐러리 보다 뒤지고 부패성과 거짓말도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부패 그림자와 함께 힐러리를 괴롭히는 것이 비밀주의입니다. 이 비밀주의가 클린턴 이메일로 불거졌습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하면서 정부의 공식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입니다.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은 힐러리가 처음이 아니고 전직 국무장관들도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지만 힐러리처럼 집에 개인 서버를 설치하고 모든 이메일을 전적으로 여기에 의존했던 전례는 없습니다. 힐러리는 실수였다고 말하지만 이 실수는 클린턴 사람들의 비밀이 공식적인 이메일을 통해 누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이메일이 문제가 되자 힐러리는 이메일 내용을 국무부에 제출했으나 이 과정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개인 이메일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힐러리는 자기 개인의 생활에 관한 이메일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지워버렸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신뢰를 감소시켰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이메일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힐러리가 협조를 거부했다고 법무부가 발표해 힐러리 입장을 더욱 궁색하게 했습니다.

예선에서 샌더스는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일소에 붙였지만 이메일 문제는 본선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입니다. 쟁점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FBI 조사 결과에 따라 예기치 않은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FBI가 조사하는 것은 이메일 가운데 국가 안보에 관한 “클래시파이드(classified)” 내용이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기밀 문서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이메일에 포함되었으면 범죄행위에 해당하게 됩니다. 현재 힐러리의 이메일 가운데 사용 당시에는 기밀 문서 내용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기밀 문서로 분류된 것이 있습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처음부터 기밀 문서로 분류된 것이 있었느냐와 힐러리가 지운 이메일 가운데 기밀 문서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호감도, 거짓말, 부패성, 비밀주의, 특권의식이 힐러리의 아픈 약점이지만 이 중에 클린턴 재단의 부패 문제와 이메일의 비밀 문제가 힐러리를 괴롭힐 가장 큰 잇슈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샌더스의 지지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힐러리를 지지할 수 있느냐가 현실적으로 큰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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