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2016(7)

공화당 ‘무’ 소속 대의원/ 민주당 ‘자격론’ 논쟁

4월 5일에 있었던 위스컨신 주 예비 선거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두 주자에게 긴장감과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거 운동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위스컨신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는 각각 13%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를 크게 이겼습니다.
위스컨신 프라이머리가 양당의 선두 주자 위치에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과반수에 해당하는 1,237명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도 이점을 인식하고, 전당대회 특별팀을 가동하고 선거 전문가이자 로비스트인 폴 매나포트에게 전권을 부여했습니다.

트럼프가 예선에서 과반수 대의원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화되면서 200명에 달하는 대의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 200명의 대의원이 트럼프가 전당대회 투표로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후보로 선출되느냐를 결정할 수 있고, 공화당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언커밋티트 델리게이트 (Uncommitted Delegate)”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종의 ‘무’ 소속 대의원입니다. 아무 후보에게도 지지를 약속하지 않고 임의대로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대의원들입니다. 공화당의 2천4백 72명의 대의원 가운데 약 90%는 특정 후보의 지지를 약속한 대의원 (Pledged Delegate)이기 때문에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는 약속한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합니다. 그러나 10%가 조금 못 되는 이들 “언커밋티드 델리게이트” 200명은 처음부터 마음대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민주당에는 없고 공화당에만 있습니다. 이들 200명의 얽매이지 않은 프리랜서 대의원들은 보통 때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관심 밖에 있다가 이번처럼 과반수 확보가 어려워질 때 빛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펜실베니아 주 경우, 공화당이 선출하는 전체 대의원 수는 71명입니다. 이 가운데 예선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승자 후보가 자동적으로 14명의 대의원을 차지하게 되고, 나머지 54명은 아무 후보에게도 속하지 않은 무 소속 대의원입니다. 관례상으로는 자기 주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구속력이 없습니다.
이들 숫자가 전국적으로 200명에 달합니다. 이들 200명에 대한 회유와 설득이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략에 밝은 크루즈는 1년 전부터 여기에 신경을 썼고 그 동안 이 문제에 생소했던 트럼프가 뒤늦게 가동한 전당대회 전담 특별팀이 바로 이들을 관리할 조직입니다. 이들 대의원은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선물 및 향응 규정이 해당하질 않습니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공화당 선거 세칙 규정이 없어서 애매하기는 하지만 뇌물에 해당하는 돈이나 큰 선물은 줄 수 없으나 휴가 대접이나 향응 제공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포섭이 지나칠 경우 정치적 시비가 야기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위스컨신 예선은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숫자에 대한 의미를 주었지만, 민주당의 힐러리에게는 심리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숫자상으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주 간 있었던 예비 선거에서 샌더스가 8전 7승을 하면서, 그것도 큰 표차로 연승하면서 힐러리의 이미지에 허약성을 주었고 힐러리의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4월 19일 있을 뉴욕 예선을 앞두고 힐러리를 더욱 예민하게 하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선거구이고 거주지인 뉴욕에서 샌더스에게 진다면 힐러리의 후보 이미지는 치명타를 맞게 될 것이고 힐러리의 상승 가도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 힐러리가 10%에서 20%가량 크게 앞서고 있으나 샌더스의 연승 도미노 기세가 파급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위스컨신에 이어 뉴욕 프라이머리가 “모멘텀 (momentum)” – 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하는 샌더스에게도 뉴욕에서 이기느냐 여부가 그의 세몰이 역공 전략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치열성을 반영하듯 양측의 선거 운동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감정이 섞여지고 있습니다. 신사적이었던 선거 운동에 “후보 자격론” 논쟁이 불거지면서 과열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후보 자격론” 논쟁의 원인 제공은 힐러리였고, 이것을 확대 재생산시킨 것은 샌더스였고, 불을 붙인 것은 워싱턴 포스트지였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1면 기사 “클린턴, 샌더스의 대통령 자격에 의문 (Clinton questions whether Sanders is qualified to be president)”이라는 기사가 발단되었습니다. 이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힐러리가 직접 샌더스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발언한 내용은 없습니다. 자격이 있다 없다 말하지 않고 자격에 하자가 있는 것 같은 뉴앙스로 발언했습니다. 이것을 편집자가 클린턴이 샌더스의 대통령 자격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제목을 다소 임의로 해석해서 달았습니다. 잇달아 CNN 보도는 힐러리의 홍보 차장이 “샌더스는 자격이 없다”고 보낸 이메일을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어 MSNBC-TV의 인터뷰에서 조 스카보로가 힐러리에게 “샌더스가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어 있고 자격이 있느냐”고 묻자, 힐러리는 샌더스가 현실성이 없는 정책을 주장한다면서 이리저리 돌려 직답을 피했습니다. 스카보로가 3차례에 걸쳐 “샌더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고 다그쳐 묻자 힐러리는 “샌더스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기가 주장하는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은 의문을 제기시킨다 (raises lots of questions)”고 말했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완곡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에 대해 샌더스는 “만약 힐러리가 내 자격에 의문을 가진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참담한 이락 전쟁을 지지하고, 수백만의 일자리를 희생시킨 무역 협정을 찬성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수천만 불을 모금하고, 세계의 기업과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세금 내는 것을 피하도록 허락해준 힐러리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례없이 신랄한 어조로 성토했습니다.
싸움이 확대되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힐러리가 샌더스의 자격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보도했지, 자격이 없다고 보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명에 나서면서 샌더스가 부정확한 주장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힐러리 측과 일부 미디어는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샌더스 선거 진영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샌더스 측은 미디어도 힐러리를 지원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싸움은 축적된 감정의 표출이기도 합니다. 선거 초반전,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정치적 논쟁으로 대두돼 위기에 처했을 때 토론회에서 샌더스는 이 문제에 대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미국인들은 이 망할 놈의 이메일에 대해 계속 듣는 것에 신물이 난다 (The American people are sick and tired about hearing about damn emails)” 말로 경쟁자인 힐러리를 두호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만큼 신사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많은 선거 전략가들은 샌더스의 발언에 대해 그가 인간적, 인격적으로는 점수를 얻었을지 모르나 선거 전략상 공격성이 약했고 힐러리의 약점을 쟁점화시키는데 실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샌더스가 힐러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 것은 초반전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였을 때는 샌더스를 호의적으로 대하다가 샌더스의 세가 커지면서 샌더스에 대해 인신공격성의 발언을 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케어, 총기 문제, 대외정책에 대해 샌더스 입장을 왜곡시키고, 흑인 표를 얻기 위해 샌더스의 민권운동까지 곡해시킨다는 생각을 하면서 힐러리에 대한 감정이 쌓였고, 이번 “자격론” 시비는 이러한 앙금의 폭발이기도 합니다. 자격론 말싸움이 양측의 감정 대결로 가는 것이 민주당 사람들을 불안케 하는 것은 힐러리가 후보로 되더라도 샌더스 지지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11월 본선에 고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샌더스 지지자의 4분의 1이 힐러리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될 경우 지지를 않겠다는 공화당 측의 30% 수치보다는 아래지만 대단히 위험한 수위입니다. 자격론 논쟁은 양측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봉합시켰습니다. 11월 본선의 승패는 양당의 지지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크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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