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정 교과서로 후퇴해야 하나?

역사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자질이 분별력입니다. 엄정한 분별력을 갖기위해서는 세월과 숲에서 나와야 합니다. 역사의 시간이 흘러서 가슴에 묻은 감정을 털을 수 있어야 하고, 이념과 사상, 종교의 숲에서 나와 주관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어야 공정한 역사의 숲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논란되고 있는 국정 역사 교과서 논쟁을 멀리서 보고 있으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을 들게합니다. 검인정 교과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고, 국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입니다. 국민들 여론 조사에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은 국민 자존심의 표현일 것입니다.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은 분명 역사의 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고, 국민 자존심이 동의하기 어려운 퇴보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런 역사의 퇴행을 가져오게 했느냐 하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국정 교과서에서 검인정 교과서로 간 것은 역사책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술된다는 전제와, 그럴 능력이 있다는 자율성에 대한 국민적 자각과 동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검인정 교과서가 이념과 편견으로 조악한 물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자율성과 양식을 잃어버리고, 자기가 사는 시대와 땅의 현실을 망각하는 불량품을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중고등학교가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선택하고, 역사 교사들이 편향적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념으로 치우친 교사들이 편향된 교과서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거기서 나오는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이 공정하고 균형잡힐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나라의 기둥을 흔드는 자기 파괴의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나라의 장래는 젊은이들이 갖는 의식과 정신 문화에 절대적 영향을 받습니다.

이미 한국은 역사계만이 아니라,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지식인 사회에 편향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치우친 역사관과 시대의식을 가진 것은 이들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들이 혈기찬 젊은 시절을 고뇌할 때, 유신 독재가 있었고, 광주 항쟁이 있었습니다. 독재 정치의 무자비한 탄압과 광포한 몰이성이 시대를 고문하고 역사를 왜곡시켰습니다.

이들의 경험과 사고가 이런 역사책을 쓰게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이 역사책을 편향되고 왜곡되게 쓰는 것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역사책을 쓸 수 있는 세월의 감정을 털어버리질 못했고, 그들을 사로잡았던 이념의 숲에서 뛰쳐 나오질 못했습니다. 독재자들이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식에 포로가 되어 비극적 만행을 저지르는것 처럼, 이들 지식인들은 자기 경험과 자기 이념의 새장에 갇혀서 시대를 곡해하고, 역사를 비뚤어지게 쓰고 있습니다.

역사를 쓰는 분별력을 갖기위해 세월과 숲에서 나와야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역사를 쓰는 사람의 인격입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역사를 쓸 수 있는 인격의 바탕이 있어야 냉철하고 절제된 역사를 기술할 수 있습니다. 세월과 숲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격이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지성이 있을 때, 역사책은 바르게 기술될 수 있습니다.

국정 교과서 집필을 수락한 원로 역사학자의 결정을 막기위해 새벽 2시부터 제자들이 한 시간에 40명씩 줄 전화를 하고, 국사편찬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막기위해 일부는 집으로 찾아가 몸으로 막아섰다는 보도는 한국 역사학자들, 지식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들의 광적인 집단 행동이 있은지 곧바로, 원로 역사학자는 여기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논란에 휩쓸리면서 집필진에서 사퇴했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앞으로 집필자들에 대한 신상 먼지털이와 떼몰이 돌팔매질이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 독재시절,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서 민주운동가들의 여자 문제나 약점을 캐내서 회유하고 매장하려했던 숫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치스런 저질 문화입니다.

섬득한 광기까지 느끼게 하는 이들 역사학자들과 지식인들의 기행과 우행은 이들이 역사책을 쓸 수 있는 인격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고, 이들의 역사의식이 극단적이고, 편협하고 편파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웅변해 줍니다. 자기 역사관만이 옳다는 독선 독재의식입니다. 이러한 획일적 집단주의 행동은 정부가 역사를 독점하고, 역사관을 독재하려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자신들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 자가당착이기도 합니다.

검인정 교과서의 자율성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역사학자들과 교육계가 그것을 시정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없을 경우,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이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지만, 검인정 교과서가 자율성을 상실할 때 국정 교과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에서 국정 교과서를 실시하는 나라가 서너 국가 밖에 안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선진 대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한국이 국정 교과서를 실시하는 수치를 자초할 수 있느냐고 분노할 수 있지만, 바로 이 선진의 시대에 분단국으로 동족이 싸우는 나라는 코리아 뿐이라는 현실을 읽어야 합니다.

아직도 왕조시대 세습을 하면서 국민은 기아로 허덕이는데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분단 상대국을 가진 현실에서, 자기 땅의 지도자를 비하 경멸하고 상대 체제와 지도자를 더 높게 평가하는 역사관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알케이다나 ISIS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빈 라덴을 미국 대통령 보다 높게 평가한다면 이런 사람은 미국 시민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북한 체제를 남한 보다 긍정적으로 기술하는 역사가들은 한국을 떠나거나 오늘의 분단이 해결된 뒤 먼 훗날에 태야나야 할 사람들입니다. 역사는 자기가 사는 시대와 땅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창피하게 우리가 어떻게 국정 교과서를 찬성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존심의 허영과 체면의식의 허구에서 깨어나 남북 분단의 대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찬성이냐, 반대를 말하기 전에 나의 아들 딸들이 민주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지를 겸허하게 물어야 합니다.

자율성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주어집니다. 자율성을 남용하고 악용하면 자율성은 거두어지고 제재와 규제를 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이나 금융계가 지나친 자율성으로 경제를 망치고 탐욕에만 급급하면 규제로 가야하고, 규제가 심해 경제를 위축시키면 자율성을 풀어줘야 하고, 지나친 복지주의로 국고가 바닥나면 복지를 절제해야 하고, 과도한 성장 위주로 낙오자가 많아지면 사회보장 제도를 보완시켜야 합니다. 자율성과 규제는 인간과 역사 발전에 불가결한 양 날개입니다.

나라의 정책에는 정답을 찾기 힘듭니다. 끊임없이 좌우의 균형을 모색해야하고, 자율과 규제를 시계추처럼 오가야 합니다. 검인정 교과서가 바르게 역사를 못가르치면 그것을 고쳐야합니다. 국정 교과서는 그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정이냐 검인정이냐가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공정하고 균형잡히게 쓰느냐에 있습니다.

미국 교과서 가운데 독도를 죽도라고 표기하고, 독도가 일본 땅으로 인식되어 있으면 해외 동포들까지도 그것을 고치는 노력을 합니다. 하물며 자기 나라 역사 교과서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폄하하고, 분단 대치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역사책을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역사 발전에서 중요한 것은 교정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상처가 없는 역사는 없습니다. 위대한 역사는 흠결과 오류가 없는 역사가 아니고, 잘못된 역사와 과오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극복하고 고쳐가는 교정의 역사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역사적 과오를 받아 들이고 그것을 교정해 가는 용기와 슬기를 보여 줍니다. 역사 발전은 후퇴와 전진을 되풀이합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교과서를 놓고, 친일 독재 교과서를 만든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이성적인 자세가 아닙니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검인정 교과서를 악용하고 자율성을 상실한 책임을 절감하고 역사가 바르게 쓰여지도록 겸허한 자성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잘못된 역사를 고치고, 잘못된 역사관을 성찰 교정하는 것이 역사의 인격을 만들고,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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