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대통령 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전례가 없었던 폭풍 앞에 정치권은 당황하고 언론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상원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스스로 사회주의자로, 독립 무소속 입장을 견지했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전에 뛰어 들었을 때 그를 주목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휘잡고 있는 민주당에서 버몬트라는 아주 작은 주 출신의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선거전에서 무명의 동키호테였습니다.

상대 경쟁자가 없어서 선거 흥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던 힐러리 사람들은 분위기를 만들어줄 들러리로 버니 샌더스를 반겼습니다. 그러나 젊은층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샌더스 바람”은 힐러리를 휘청거리게 했고, 선거전의 측정계로 지칭되는 첫 예선 지역인 아이오와, 뉴햄프셔 주에서 힐러리를 앞지르는 이변을 가져 왔습니다. 숨이 목까지 찬 힐러리가 놀란 것은 물론이고, 버니 샌더스 자신도 놀라는, 그의 말대로 “정치 혁명”의 바람이 휩쓸었습니다. 서너달 동안 민주당을 흔들었던 이변의 바람은 다소 고개를 숙이고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을 휩쓰는 태풍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이 태풍이 어디로 갈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선거전이 시작했을 때 전문가들 시선은 모두 젭 부시(Jeb Bush)에게 쏠렸고, 부시와 함께 위스컨신 주지사 스캇 워커(Scott Walker), 켄터키 상원의원 랜드 폴(Rand Paul),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Marco Rubio)가 선두 그룹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출마를 하면서 선거판이 완전이 뒤엎어졌고, 여기에 신경 외과 의사 벤 카슨(Ben Carson)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공화당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종잡을 수 없이 튀는 트럼프의 언행은 그를 광대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정신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것 같다는 평을 받을 만큼 원색적인 감정을 내 쏟으며 좌충우돌했습니다. 그가 처음 출마를 선언했을 때, 모든 언론은 물론, 그가 속한 공화당 정치인들도 그의 광대성과 치기를 흥미있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계산 착오였습니다.

갑자기 트럼프 돌풍이 불기 시작하고, 트럼프는 선두 주자로 뛰어 올랐습니다. 부동산과 카지노 사업으로 거대한 돈을 번 트럼프는 경쟁자들을 무차별 난타하고, 인신 공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NBC-TV에서 ‘어프렌티스’(Apprentice) 진행자로 인기를 얻었던 트럼프는 선거전을 저질 연예 쇼로 만들었습니다. 가학성 증세, 과대망상증과 자기 도취증 증세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선거전을 엉망으로 흙탕칠 했습니다.

트럼프가 선두 주자로 부상하는 바람이 불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그 바람이 일시적으로 그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초여름에 불기 시작한 그의 바람은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로 접어 들었는데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세가 고정되고 장기화되면서 공화당 지도층과 기득권은 안절부절하면서 당혹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균열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이변과 함께 벤 카슨 바람이 연이어 불면서 공화당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흑인 지역에서 가난한 홀어머니 아래 성장한 벤 카슨은 어린 시절의 방황을 극복하고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고 예일대학을 나와 세계적 명성을 얻는 신경 외과의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트럼프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겸손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카슨은 선거 조직도 없고, 선거 유세를 하지도 않고,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자신의 자서전 북 사인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슨의 북 사인을 받기 위해 수천명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조용한 지지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카슨은 에너지가 없어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트럼프가 조롱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카슨은 청중들에게 이야기 하거나 선거 토론을 할 때도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대중 연설을 할 수 있는 언변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전통적 관념으로 보면 전혀 정치를 할 수 있는 스타일이나 자질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그는 엉뚱하게 들리는 돌출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유태인들로 부터 총기를 압수하지 않았으면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이 감소되었을 것이라 말하고,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은 노예 제도 이래 최악의 문제이고, 이집트 피라미드가 곡물 저장소였다는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서전에서 열네살 때 친구를 칼로 찔렀고, 어머니를 망치로 때리려고 했었다는 고백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렇게 격하고 폭력성이 있었던 그의 삶이 기독교를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졌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신은 거듭나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신앙 고백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지지를 결집 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 자서전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뒷조사하고, 믿기 어렵다고 의심하고, 그런 폭력성과 극단적 분노를 절제 못하는 질환성을 가졌던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과거 잘못을 숨기는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카슨은 자신의 과거 허물을 밝힌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비판은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그의 인기는 계속되어 트럼프에 뒤이어 2위를 유지하다가 이제는 트럼프를 앞지르는 여론 조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카슨 현상은 지금까지의 선거 상식을 완전히 뒤엎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거직에 출마한 적이 없는 정치 문외한입니다. 이들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하면 50%를 넘고, 3위까지 올라갔던 또 다른 정치 국외자로 휼러드 패커드 여성 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까지 합치면 60%를 넘습니다. 가장 각광을 받았던 젭 부시는 탈락 일보 직전으로 추락했습니다.

놀라운 이변입니다. 60%가 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전혀 공직 경험이 없는 3사람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현실은 정치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입니다. 정치인들이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파당적이 되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직업 정치꾼으로 전락했다는 좌절에서 나오는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힐러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샌더스 이변도 공화당의 트럼프나 카슨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힐러리의 민주당 기반이 워낙 압도적이고, 샌더스가 사회주의적 좌파이기 때문에 힐러리를 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샌더스 바람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식상과, 오염된 권력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였습니다.

민주당 기득권 정치인들은 샌더스 이변이 가라앉아 가면서 안도의 숨을 내 쉬고 있으나, 공화당은 아직도 앞으로의 대책 마련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해 하면서도 시간이 조금 더 가면 트럼프, 카슨 태풍이 수그러들고 기성 정치권으로 지지세가 변할 것으로 조심스런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지배적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트럼프와 카슨 지지가 가라앉고, 현재 각각 10% 지지선에서 3위, 4위를 가고 있는 마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Ted Cruz)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루비오와 크루즈는 모두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극우성 정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루비오 보다 더 극우적인 크루즈는 티 파티와 트럼프의 지지표가 자기 쪽으로 기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루즈는 모가 난 이미지와 함께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고, 대중적인 지지세가 약해 결국은 마코 루비오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아직 안개 속에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전의 대 이변은 미국 정치와 미국인들의 의식 구조가 급격하고 격렬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 개혁 정치를 목말라하는 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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